삼성전자는 8월 9일 미국 에너지부 산하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와 영하 30도 이하에서도 난방과 온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증기압축식 히트펌프 기술을 공동 개발한다고 밝혔다. 연구는 2027년 상반기까지 진행한 뒤 알래스카에서 성능을 실증하는 일정이다. 삼성은 지난달 제주 단독주택에 가정용 히트펌프 보일러를 설치했고, 공동주택과 유사한 환경에서도 냉난방·급탕 통합 시스템을 검증하고 있다.
이번 발표의 생활 의미는 새 보일러 한 대의 출시보다 난방 설비의 판단 기준이 가스 연료비에서 건물 전체의 에너지 설계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 있다. 히트펌프는 외부 공기에서 열을 옮겨 난방·냉방·온수를 만들기 때문에, 한 장비로 여러 기능을 묶을 수 있다. 다만 외기 온도가 크게 떨어지면 난방 능력이 줄고 보조 전기히터 의존도가 커질 수 있어, 한랭지 성능과 제상 운전, 배관 동파 방지가 실제 사용성의 핵심이 된다.
효율 수치만으로 난방비를 계산하기 어려운 이유
삼성의 제주 설치 사례에서 제시한 계절성능계수(SCOP)는 35도 출수 조건에서 4.9, 55도 조건에서 3.78이다. 그러나 이 숫자가 각 가구의 난방비 절감률을 뜻하지는 않는다. 바닥난방에 필요한 물 온도, 주택의 단열 성능, 실외기 설치 공간, 겨울철 외기, 온수 사용량, 계약 전력과 전기요금이 함께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가스보일러와 에어컨을 동시에 교체해야 하는 집이라면 기기값보다 배관·전기 공사와 유지관리 비용이 더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정부도 전기화의 초기 적용처를 넓히는 단계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올해 사회복지시설을 대상으로 공기열 히트펌프와 태양광 설비를 묶어 설치비의 최대 80%를 지원하는 사업을 공고했다. 일반 가구 보조금으로 곧바로 해석할 수는 없지만, 히트펌프 보급이 개별 제품 판매를 넘어 설비·전력·건물 리모델링을 함께 다루는 시장으로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비자에게는 ‘전기 난방이 가스보다 싸다’는 단순 비교보다 우리 집이 낮은 출수 온도로 충분히 난방되는지, 냉방 폐열을 온수에 활용할 수 있는지, 혹한기 보조난방 전력은 얼마나 필요한지를 설치 전 견적서에서 확인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이번 공동연구의 성패도 영하 30도 성능 자체보다, 그 기술이 국내 주택의 설치비와 운전비를 어느 수준까지 낮출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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